* 이 책은 『고전 탐닉』(2010) 『고전 탐닉 2』(2011, 이하 마음산책)의 합본 개정판입니다. 


세상의 설계도를 엿보고 싶다면 고전으로.

시인의 안내로 함께하는 고전의 세계


전문 출판 기자이자 신작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를 출간한 허연 시인. 그가 섬세한 감수성으로 고전을 해석해 많은 호응을 얻었던 『고전 탐닉』(2010), 『고전 탐닉 2』(2012)의 합본 개정판 『고전 여행자의 책』은 동서양의 고전 116편을 소개한다. 저자가 꼽은 작품들은 문학에서 철학, 사회, 과학, 경제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해 지성사의 흐름을 개관할 수 있게 했다.  

개정판은 가독성을 위해 기존 판보다 판형을 키웠고 본문 뒷부분에 있던 작가 소개를 각 장 앞에 배치해 본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작가 소개란에서 정보를 강화하여 기존 판 출간 이후 발표된 작가의 추가 저서 목록과 사망 연도를 추가했다. 구성면에서는 작품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명문장을 발췌해 원문의 깊이를 전하고, 작품의 탄생 배경과 당대적 의미, 작가 소개를 꼼꼼하게 엮어 작품의 맥락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 책은 고전을 읽고 싶지만 어려워서 주저하거나, 고전을 읽을 때 안내가 필요한 “고전 여행자”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 구태의연함이란 없다.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은 모두 백 년 전, 천 년 전 이미 누군가가 했던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개정판 『고전 여행자의 책』은 세상의 설계도를 엿보고 싶어 하는 당신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_「책을 내면서」



‘내게 고전 읽기는 구원이었다’

동서양 명저 116편에서 찾은 삶의 좌표


고전은 내게 구원의 다른 이름이었다. 나는 고전을 읽으며 거대 공간과 거대 시간을 사는 방법을 배웠다. 고전으로 인해, 비록 몸은 연일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작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꿈을 꿀 수 있었고, 내가 세상의 어디쯤 존재하는지 좌표를 볼 수 있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비밀의 문을 하나씩 여는 것 같았다.

_「책을 내면서」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 지금의 세상을 이룬 개념은 오랜 기간 역사적으로 형성되었고 그 바탕에는 여러 사상가의 치열한 사유가 있었다. 시대와 인간을 고민한 과정과 사유의 결실이 담겼기에 고전은 당대에만 한정되지 않고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삶과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고전 여행자의 책』은 이런 이들을 위한 친절한 고전 안내서가 될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부터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까지, 동서양의 명저 116편을 다루면서 각 책의 시대적 맥락과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시인인 저자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문학을 해석하는 부분은 짧은 글로도 작품의 핵심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대해서는 “인간 내면의 온갖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곧, 인간 모순과 정면으로 맞닥뜨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평하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문체의 박물관이자, 인간 심리의 백과사전이자, 묘사가 불가능할 법한 것들까지 묘사해낸 기념비적 작품”이라 찬사를 보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선 명문장인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췄다”를 발췌해 “어두운 터널을 지나 어떤 이국땅에 뚝 떨어진 느낌이 간절하게 와닿는다”고 감상을 전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왜 “차가운 정물화 같은” 허무한 정조의 작품을 쓰는지에 대한 설명도 흥미를 더한다. 문학뿐 아니라 기자로서 꼼꼼한 취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꿈의 해석』 『전체주의의 기원』 『광기의 역사』 등 대표적 사상서와 『논어』 『장자』 『열하일기』 등 국내를 포함한 동양 고전도 다루고 있다. 



고전은 내 삶으로 와서 무엇을 말하는가

고전 읽기의 지극한 행복


무엇보다 『고전 여행자의 책』이 여타의 고전 해설서와 차별되는 점은 저자가 자신의 삶에서 고전들을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이해했으며, 그 책들이 내게 와서 무엇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들려준다는 것이다. 책과 관련한 저자의 “사적 고백”은 고전을 더욱 친근하게 만나게 하면서 고전이 어떻게 지금 삶의 질문에 답하고 길을 제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를테면 저자는 타인의 죽음 앞에서 슬픔을 연기했던 일화를 꺼내며,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주인공 뫼르소는 자신과 달리 세상의 외피적 질서를 포기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이방인이 되기를 자처했다고 해석한다. 지인의 미술 전시장에 갔다가 굳센 인상의 노인 어부를 보고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를 더 깊이 이해했던 경험을 전하고, 설악산에서 길을 잃어 애지중지하던 배낭을 버린 끝에 무사히 하산했던 경험으로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풀어낸다. 

저자는 녹록지 않은 성장기에 고전 읽기를 통해 삶의 좌표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때 고전은 자신에게 구원이었다고 고백한다. 고전에 바치는 저자의 진심 어린 헌사이자 고전 읽기의 지극한 행복을 알려주는 『고전 여행자의 책』. 독자는 이 책과 함께 고전의 정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