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힘들수록 나는 더 많이 썼다. 
쓰는 것만이 나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주중엔 신문기자, 주말엔 에세이스트
나를 지우고 살려낸 글쓰기에 대하여

 

『공부의 위로』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등을 통해 일하는 여성의 삶과 불안을 솔직하게 써온 곽아람의 신작 산문 『쓰는 직업』이 출간되었다. 마음산책 직업 이야기 여덟 번째 책이기도 한 『쓰는 직업』은 저자가 사회부 수습기자 시절 경찰서에서 먹고 자며 사건을 취재하던 경험부터 신문사 첫 여성 출판팀장이 되어 노벨문학상 특집을 위해 밤새도록 독서한 경험까지 다양하고 현실감 넘치는 직장 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르한 파묵, 키라 나이틀리, 크리스토 자바체프 등 유명 예술가를 인터뷰한 후일담뿐 아니라 여성으로서,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은 사회인으로서 겪었던 모멸의 순간들까지 면밀하게 보여준다.  
회사에서 부침을 겪을 때마다 저자는 온전한 ‘나’의 글쓰기로 자아를 회복했다. 규격에 맞춘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신문기자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주말엔 에세이스트로서 자유롭게 글을 쓰며 일에 대한 거리감을 확보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진심으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저자가 사회생활에 힘겨워 방황하면서도 어떻게 한 회사에서 20년을 버틸 수 있었는지를 진솔한 어조로 전한다. 한때 일에 치여 ‘나’를 잃을 뻔했던 모든 이에게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준다. 

 

이 책은 일이 싫어 울고, 힘들어서 비명 지르고, 버거워 도망가면서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보람과 성장의 기쁨에 중독돼 20년을 버틴 나의 이야기다.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결국은 쓰는 일로 귀결되는 나의 일. 기자記者, 즉 ‘쓰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이 직업과 눈물과 웃음을 섞어가며 지지고 볶은 이야기. 그러므로 결국, 이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다. _「책머리에」에서

 

 

“자주 그만두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일이 즐겁기도 하다”
회사 부적응자에서 신문사 첫 여성 출판팀장이 되기까지

 

수습 시절 곽아람은 직장에 쉬이 적응하지 못했다. 회사 생활에 이렇다 할 재미를 붙이지 못했고 돌발 상황이 잦은 업무 탓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이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오랫동안 속앓이하며 번민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고달픈 시절을 보내는 와중에도 현장에서 마주친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깊은 우정을 쌓았다. 동경하던 예술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겸손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배웠다. 자신과 결이 다른 선배들에게 수없이 ‘데스킹’을 받으며 기사문 쓰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혀나갔다. 갈팡질팡 헤맸으나 한 걸음씩 꾸준히 정진하여 마침내 2021년, 출판팀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팀장 아니라 팀원일 때는 페미니즘 책도 적극적으로 발제해서 리뷰하곤 했지만 막상 지면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되니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여자니까 지면 저렇게 만드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까 두려웠다. 의식적으로 무거운 책을 골라 회의 석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남자들이 트집 잡지 않을 지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지면이 여성적이라는 말은 비난이었다. _ 100~101쪽

 

저자는 지면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되었을 때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여성적이지 않은’ 시선을 견지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내 언론인 여성 비율이 30퍼센트도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연차가 높아질수록 현저하게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곱씹는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가늠한다. 그동안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을 해왔다면 이제는 다음 사람을 위해, 언론의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 직무에 충실해야 함을 느끼는 것이다. 

 

 

“일은 일이고 나는 나였다”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 주말의 글쓰기

 

곽아람은 신문기자로서 괴로움을 느낄 때마다 에세이스트로서 글을 썼다. 회사 생활이 못 견디게 힘들어 블로그에 쓴 이야기로 첫 책을 내면서 어느덧 아홉 번째 산문 『쓰는 직업』에 이르기까지 ‘선데이 라이터Sunday Writer’로서 자신을 정립했다. 

 

내겐 일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항상 쓰는 사람이었지만, 주말엔 주중과 다른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직장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나’인 것만으로 충족되는 단단한 세계가 있었다. 그 세계 덕에, 20년을 견뎠다. _ 218쪽

 

객관성을 중시하고 사적 감정을 배제해야 하는 기사문과 정반대되는 글쓰기를 통해 오히려 기자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 『쓰는 직업』은 신문기자의 삶을 곡진하게 다루는 동시에 자아를 회복시키는 글쓰기의 힘을 보여준다. 나를 지키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일도 지키고 사랑할 수 있다는 전언으로 직장 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