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새로 태어나는 말이고
그 말이 날개를 다는 일이다”

 

김용택 시인이 띄우는 사랑의 시

 

소박하면서도 울림이 큰 언어로 자연과 사랑을 노래해온 김용택 시인의 사랑시를 모은 선집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으로 등단한 이후 자연의 서정을 담아낸 시들로 널리 알려졌지만, 『연애시집』 『속눈썹』 등 사랑시를 모은 시집을 꾸준히 발표해온 시인이기도 하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에는 그동안 김용택 시인이 발표했던 사랑시 66편에 신작시 5편을 더해 총 71편의 작품을 실었다.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은 맞닥뜨리는 사랑의 열병, 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하는 시구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으로 인해 찬란했고 또 아팠던 시절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시인의 말대로 “가슴 저리게 아름다웠던 날들”을 떠오르게 한다.

 

시들을 모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되살아나고, 지나가고 또 이렇게 새 시집으로 남아 새삼스럽다. 누군들, 그 누군들 사랑과 이별의 아픔과 괴로움이, 그것이 가슴 저리게 아름다웠던 날들이 어찌 없었겠는가. 사랑은 늘 새로 태어나는 말이고 그 말이 날개를 다는 일이다. 
_「시인의 말」에서

 

시집에는 김용택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18컷도 함께 수록하였다. 김용택 시인은 환한 달과 날아가는 새, 흐르는 강물 등을 찍으며 고요히 움직이는 자연을 응시한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대비되는 유한한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사진과 함께 시를 감상하며 시인의 감수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읽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이어지는,
사랑과 자연을 위한 노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는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와 2부에는 주로 가을과 겨울 느낌의 시들을 배치했고, 3부는 봄을 나타내는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만물이 지고 추위가 닥쳐오는 겨울을 지나 봄으로 이어지는 시들을 따라 읽다 보면, 사랑 또한 순환하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여정임을 깨닫는다. 
“지금 나는 빈 들판 /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 당신 생각입니다”(「내 사랑은」 중에서)라는 구절에서 보듯, 김용택 시인은 세심하게 자연을 관찰하는 밝은 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가을 빈 들판에서는 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만개하는 봄꽃 속에서는 만발한 사랑을 떠올린다. 특유의 솔직하고 다감한 언어들로 자연과 사랑을 노래한다. 계절의 흐름을 만끽하며 시를 읽는 것은, 온몸의 감각을 활짝 열어젖히는 경험이기도 할 것이다.

 

눈을 뜨고
깜짝 놀랐어.
어?
방이 너무 환한 거야.
달이야, 달
창밖에 달이야.
_「그때 나는 외로움이 싫었어」 중에서

 

 

소박한 언어들로 이루어진 연서
“말이 되지 않는 그리움”을 이해하기 위하여

 

김용택 시인의 언어는 결코 난해하지 않다. 자연에서 가져온 소박하고 단순한 언어는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결코 납작하지 않으며, 깊고 뜨겁다. “몽롱해집니다 / 피곤하고 졸리운데 / 당신이 내 가슴에 한없이 파고드시니 / 대체, 여기는 어디랍니까”(「현기증」)에서도 보듯 솔직하고 생생하다. “네 마음 어딘가에 티끌 하나가 떨어져도 내 마음에서는 파도가 친다”(「파장」)라고 노래하는 시인은, 사랑시를 통해 인간 본연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등단한 지 40년 가까이 된 시인의 문장에 이토록 뜨겁고 절절한 사랑의 기운이 실려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말이 되지 않는
그리움이 있는 줄 이제 알겠습니다.
_「봄밤」 중에서

 

김용택 시인의 시들에서 느껴지는 사랑의 정서는 때로는 순박한 자연 같고, 때로는 앳된 소년의 얼굴을 닮았다. 타인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고 자연을 예찬하게 한다. 갈등과 반목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시를 쓰는 마음이란, 곧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과 닮아 있을 것이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에 실린 시 한 편 한 편은 그 자체로 시인이 세상을 향해 띄우는 연서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