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밥벌이, 온라인 밥벌이

파자마 입고 돈을 벌다

 

‘먹고사는 게 힘들다’라는 말이 더는 넋두리가 아닌 세상,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조차도 밥벌이를 걱정하는 시대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이 7.0%(2010년 10월 통계청 자료)에 달하는 지금, 청춘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고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누가 온라인 쇼핑몰로 소위 ‘대박’이 났다거나, 소규모 창업을 통해 돈을 번다는 소리를 들으면 솔깃해 한다. 또 몇 년 전부터 이베이에서 물건을 팔아 큰 이윤을 남겼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비단 외국의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쌍둥이 형제 장종탁, 장종호 씨는 남성복으로 한 해 30억 매출을 올렸고, 바로마켓 사장 이주연 씨는 남성의류, 전자제품 등으로 한 달에 5000~1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파워셀러’다. 2010년 9월 8일자 <매경 이코노미>에는 「이베이에서 금맥을 찾는 디지털 상인들」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베이에서 금맥 찾는 디지털 상인’들이 늘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 역사가 10년을 넘으면서 국내 오픈마켓이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달했다고 보는 디지털 상인들이 국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이베이는 현재 전 세계 39개 국에 진출해 있다. 이베이에 물건을 올리면 39개 국 고객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에르메스 길들이기』의 주인공 마이클 토넬로 역시 이베이로 인생이 뒤바뀐 사람 중 하나다. 우연히 99달러짜리 폴로 랄프 로렌 스카프를 이베이에 올렸는데 430달러에 팔렸다. 이렇게 마이클 토넬로의 온라인 밥벌이가 시작되었다. 노트북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어디든 사무실이 되는 자유로운 인생,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꿈꿀 이 남자의 인생 얘기를 들어보자.

 

경매에서 거둔 성공에 대한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봐서 친구들은 그 또한 나의 일시적인 변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내 퇴직 연금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간과한 것은 내가 대낮에 파자마를 입은 채 지내면서도 돈을 번다는 사실이었다. 나에게는 그 사실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수당에 비할 게 아니었다.

-52쪽에서

 

 

그는 어떻게 에르메스로 돈을 벌었나

마법처럼 명품을 사들여 되판 이 남자의 비법

 

저자는 광고 사진 전문 미용사로 일하다, 사진 및 광고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표하는 에이전시를 차려 아무 문제 없이 일하고 있었다. 삶 역시 평온했다. 관광 도시 케이프코드의 프로빈스타운에서 여가를 즐기며 해변에 앉아 마가리타를 마시는 일상. 하지만 운명처럼 바르셀로나가 다가왔고 무작정 바르셀로나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하기로 했던 일이 무산되면서 먹고살 일이 막막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폴로 랄프 로렌 스카프를 이베이에 올려 쏠쏠한 이윤을 남긴다. 이에 고무되어 책, 스카프 등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베이에 올리기 시작하고, 에르메스 스카프를 이베이에 올렸다가 버킨 백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새로운 밥벌이. 그는 까다롭다는 에르메스 매장을 공략해 버킨을 사들인다. 그러고는 버킨 백에 목을 매는 여성들에게 이를 제공해 이윤을 남기고 되팔았다. 말하자면 ‘에르메스 리셀러reseller’가 된 셈이다.

 

 그날 나는 핸드백계의 해리 포터였고,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마술을 부리는 능력이 있었다. 에르메스에서 버킨을 꺼내는 방법을 안 것이다. (…) 그 ‘비결’은 간단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말없이 안달하며, 값비싼 가죽 핸드백을 추구하면서도 갖지 못해 괴로워한다. 하지만 더는 안달할 필요가 없었다. 도움의 손길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나는 한시라도 빨리 에르메스 마법사로서의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세계 곳곳에서 버킨이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리라!
-120쪽에서

 

이 책은 에르메스 제품을 온라인 경매로 팔면서 인생이 바뀐 마이클의 무용담이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꿈꾸다 이주했고, 파자마 입고 돈 버는 삶을 찾아냈다. 그리고 버킨 백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파리는 물론 마드리드, 밀라노, 산티아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카프리, 로마 등 여행기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도시를 섭렵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신의 기질에 맞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여행을 즐기며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누구보다 즐기면서 밥벌이를 한 그의 인생. 이 짜릿한 모험담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 “이야, 멋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버킨이 대체 뭐야?

어디서도 듣지 못한 버킨의 뒷이야기

 

최근 버킨 백을 들고 차에서 내리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사진이 단연 화제에 올랐다. 그 외에도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나 삼성가의 홍라희 여사 같은 재벌가 여성들, 또 심은하, 이영애 등 이른바 ‘청담동 며느리’들이 가지고 다니는 대표적인 백으로 버킨이 꼽힌다. 이처럼 버킨은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며, 미국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사만다가 버킨을 사지 못해 굴욕을 당하는 에피소드가 보여주듯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이다.
왜 버킨을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화제가 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일까? 상위 1%만이 살 수 있다는 가방, 사려면 2, 3년 기다려야 하는 데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힘들다는 가방. 버킨은 그저 하나의 가방이 아니라, 그것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스타일의 대명사’다.
하지만 저자는 에르메스를 무조건 추앙하지도, 무조건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원하는 사람에게 백을 전해주고 자신은 적절한 이윤을 취하며, 그야말로 에르메스를 ‘길들인다.’ 알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는 에르메스사社에 한 방 날리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한 남자의 즐거운 인생 이야기

 

『에르메스 길들이기』는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물론, 밥벌이가 고민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핸드백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 때로는 여행 안내서로 읽히며, 새로운 직업 세계를 찾아내 성공한 만큼 자기계발서로도 읽힌다. 또한 버킨 백을 사는 과정에서 일어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로 인해 칙릿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한 남자의 즐거운 인생 이야기다.
명품의 호사를 누리고 싶을 때, 밥벌이가 지겹고 막막해질 때, 현실이 답답해 지금 이곳을 벗어나고 싶을 때 이 책은 톡 쏘는 탄산수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