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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464 조회수 1549 작성일 2010년04월21일 05:04
이름 김정용 작성위치 218.157.181.175
제 목   산문집 출판에 관한 문의를 해봅니다.
첨 부
저는 문학잡지사 <시와반시>로 등단한 김정용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시와 반시>에 '재즈기행' 이란 제목으로 16회 분량의 산문을 연재한 원고가 있습니다. 해서. 혹여 귀사에서 저의 산문들을 읽어보시고 출판에 관한 답변을 해 주실수 있을까 싶어서 문의 합니다.

김정용 시인의 재즈 기행 Inside Out

「INSIDE OUT」
김정용


바깥의 것이 내게 들어와 나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것이 바깥으로 나가 세상을 더럽힌다. ―『성서』

우리는 너무나 다양화되어서 이제 더 이상 다양화의 세분이 필요 없게 되었다. 이제는 아무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영향받지 않으며 자기방식대로 살아간다 하면서, 실상은 모두 똑 같은 시스템 안에 단일한 기호로써 존재되고 있다. 한 마디로 자기 쪼대로 사는 놈이 없다. 자기 방식이란 어쩌면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색깔과 이미지의 범람, 가식적인 것들이 전위로 둔갑한 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다시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무엇으로 되돌아가거나,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과녁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재즈는 그런 의미에서 무색이며, 무색이 내재화되는 과정이다. 눈이 쌓이는 들판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의도하지 않은 채 소리를 받아들이고 때론 흘려듣기다. 그러다 어느 날, 내 안에 어떤 풍경이 그려지는 날이 오기도 한다. 그 어떤 풍경이 내 안에 그려지고 나는 내 안의 그림을 바라본다. 켄트지 한 장의 여백만 있으면 재즈 듣기는 가능하다. 아무 느낌도 없는 것에 집착하기.(Batik/Ralph Towner)


피아니스트 캐니 바론과, 베이시스트 챨리 헤이든의 듀오 연주곡 「Body and Soul」을 듣는다.
봄 햇살 가득한 툇마루. 머리에 수건 두른 물걸레질하는 할머니의 쉼 없는 중얼거림. 어느 날 찾아오는 노환. 쉬지 않고 낮은 톤으로 뭐라 연신 중얼거림을 댓돌 옆 똥강아지가 두 눈감고, 할머니의 물기 없는 입술에서 빠져나오는 중얼거림을 듣고 있다. 경전을 듣듯이(Night and City/Charlie haden, Kenny barron). 낮고 느린 베이스 톤에 실린 영혼의 맛. 혹은 오래된 몸의 언어. 그런 사이 슬쩍 간여하는 자갈길 같은 피아노.

재즈 하면 누구나 쉽게 즉흥성을 이야기한다. 당연하다. 이 즉흥성을 즐기는 것이 재즈 듣기의 매력이며, 어려움이다. 일례로 이브 몽땅의 '고엽'을 들어보면, 도입부에 고엽의 주제부가 진행된다. 연주가가 어떤 악기를 다루느냐에 따라 나름의 색깔이 있는 진행으로 코드가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주제부는 사라진다. 이 때부터 연주가들은 자기 안에 것을 밖으로 내놓는다. 이 즉흥성에 연주가는 자기의 예술성을 쏟아 낸다. 어떤 이는 뜨겁게 연주하고, 어떤 이는 차갑게 연주하고, 어떤 이는 딱딱하게 연주하고, 어떤 이는 물렁하고 찐득하게 연주한다. 재즈의 백미는 이 즉흥성에서 소위 잘되고 못된 재즈 연주에 판가름이 난다. 재즈의 이 즉흥성은 결국 일회성이다. 이 일회성의 미학은 결국 우리 삶과 닮았다. 단 한 번뿐인 우리 삶처럼.(Somethin′else/ Julian "cannonball" addeley/blue note)


소리들이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뒤적거린다. 가만히 편안하게 놔두질 않는다. 마치 불량배들이 저들끼리 킥킥거리고 떠들썩하게 농짓거리 하고 있는데도 주위 사람들이 불안한 것처럼. 기타와 색소폰 드럼의 트리오가 풀어내는 소리의 조합이 내 안에 들어와 몹시 불편하게 한다. 색소폰 소리는 취기가 묻어 있고 어딘가 소외감이 느껴진다. 전기기타는 전봇대 사이 처진 전깃줄을 흔드는 바람의 맛이 난다. 그 뒤를 무슨 백그라운드처럼 드럼 소리는 굴러다니는 종잇장 같고, 가볍고 얇은 나뭇잎처럼 물기 없는 소리를 낸다. 그런데도 무슨 연유로 내 몸은 끄덕끄덕 움직이는 것인가. 이 끄덕끄덕 움직임. 이 때가 '스윙'의 맛이다. 정착한 배가 바다의 출렁거림에 흔들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선실에 있는 사람의 속이 울렁거리는 것도 함께 따라 온다. 재즈는 이 두 개의 맛이 따라 다닌다. 배가 흔들거리는 재미와 흔들거리는 배 안에 있는 사람 속의 울렁거림.(Sound of love/paul motian trio/winter&winter)

일전에 문경새재에 시와반시 문인들과 1박 2일 여행 중에 들른 도예원. 우리 일행은 도예원 접객실에서 공짜 녹차를 얻어 마셨다. 도예원 주인은 없고 문하생 두 사람이 흙 묻은 옷으로 다소곳이 차를 대접해주었다. 차를 덥히고 찻잔을 채워주는 젊은 두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줄곧 흙으로 빚은 다기를 닮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이 없었다. 겸손하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내 목안에는 녹차 향이 고였다. 그들은 방금 작업장에서 도자기 한 점 혼신을 다해 빚어낸 얼굴들이었다. 그들은 평생을 그런 얼굴로 살 것이다. 자기 삶과 일이 그들을 도자기를 닮은 얼굴로 바꿀 것이다…. 백토를 만진 손들, 그 손안에 스민 혼. 혼신을 다한 육체에서 빠져나오는 그 무엇. 『Inside out』(Keith jarrett). 이 앨범에는 키스 자렛이 쓴 텍스트가 있다. 그 내용 중에 일부를 옮겨본다.

형식은 어디에 있는가? 묻지 마라. 생각도 하지마라. 기대도 하지마라. 단지 참여하라. 형식은 모두 저기 내부 어딘가에 있다. 그러고 나면 갑자기 형식은 스스로를 만들어낸다.(번역, 김창민)

과수원의 나무들은 모두 머리가 없다. 더 많은 열매를 위해서. 더 많은 팔을 가져야 하므로 머리를 포기해야 한다. 머리를 포기했으므로 즐겁게 상승하는 재미를 포기해야 한다. 나무의 상승은 제거되었다. 나무는 많은 팔을 가지고 늙어 비틀어진다. 과수원의 나무들은 모두 혼신을 다했다. 과일이 모두 떠나 휴식하고 있을 때에도 그 흔적은 떠나지 않는다. 혼신을 다한 존재들은 언제나 지쳐있다. 사진 속에 인물인 데이빗 달링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런 흔적을 본다. 탈진한 몸이 보여주는 혼신을 다한 흔적. 내가 재즈를 즐겨 듣는 이유, 아니 재즈에 매력은 바로 이런 발화자들의 모습에서 발견한 것이다. 『Epigraphs』(Ketil Bjornstad. David Darling) 이 음반의 음악은 재즈의 범주에서 다소 멀리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음악은 작은 실내악이다. 두 사람 사이의 상호 교합하는 전개는 아주 어둡고, 느리다. 비외른 스태드의 피아노는 마치 바둑알을 놓듯이 띄엄띄엄 진행되고, 낯선 골목길을 무겁게 걷는 구두가 보이기도 한다. 피아노의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또 다른 여백이 채워 넣는다. 이 또 다른 여백은 첼로다. 달링의 첼로에 대해선 다음에 논해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이들 음악을 들으면 나는, 내가 가슴을 가졌다는 실감을 한다. 속이 뒤집어질 듯 괴롭다, 가만히 몸을 둘 수 없다. 자주 몸이 뒤틀려진다. 어디 벽에 기대고 싶고, 가슴을 얼굴을 묻고 싶다. 이 세계의 어느 한 구석에 처박혀 귀를 열어 놓고 잠적하기.

내 사는 시골 성당의 성탄절 밤 미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몸냄새 물씬 나는 밤 미사는, 몇 안 되는 성가대의 성가로 시작되는 밤 미사는, 촌부들의 어두운 겨울 외투와 낮은 천장 가득한 향냄새와 어둑신한 마음 한켠을 채우는 알아듣기 힘든 낮은 발음의 사도신경과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밀떡을 받아먹으러 걸음 옮길 때마다 쫓아다니는 마루바닥의 삐걱거림으로 좀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미사는 끝나고, 굳이 화장실을 놔두고 화장실 뒷편 언 논에 오줌 누며 올려다보는 겨울 밤 별들.(Star/Jan Garbarek)

We are the star

For we are the stars. For we sing.
For we sing with our light.
For we are birds made of fire.
For we spread our wings over the sky.
Our light is a voice.
We cut a road for the soul
for its journey through death.
for we face the hills with disdain.
this is the song of the stars.

우리는 별입니다.

우리는 별이기 때문에.
우리는 노래하기 때문에.
우리는 빛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우리는 불새이기 때문에.
우리는 온 하늘을 우리의 날개로 덮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빛은 태초의 소리입니다.
우리는 영혼들이 향해 가는 죽음의 여행길을 안내해 줍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죽음의 언덕을 거만하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별들의 노래입니다.
(Rites/Jan Garbarek)
번역: 김창민


약속이 있어 왜관 성당 앞에 차를 세워두고 성당 앞을 서성거리자니 귀에 아주 정감 어린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 반복의 끝없음……. 검은 콜타르 칠이 세월에 모두 녹아 내린 벌건 양철지붕을 얹은 정미소에서 도정하는 따뜻한 기계음. 겨울 하오의 3시 햇살이 내리쬐는 정미소 담벽 아래에서 나는 한동안 들어보았다.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도정을 해낸 기계인지라 닳고닳은 부품들 상호간의 미끈한 관계들이 만들어내는 아무런 저촉됨도 거슬림도 없는 따뜻한 기계음. 이 기계음은 사실은 저들끼리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곡식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껍질이 있는 곡식이 들어가서 정미기를 순화 시켰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새로 산 중고차가 어느 날 길바닥에 퍽 주저앉아 아무런 미동도 반응도 없을 때. 어느 누군가에게 실컷 이용당하고 내 손에 팔려온 이 기계의 몸살. 당장에 약속도 있고…, 나는 어떻게 이 길을 벗어나고 싶은데 고장난 차는 말 안 듣는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을 때를….
각각의 부속들이 완벽한 조화로 기계가 움직이듯 재즈 그룹에도 그렇게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 내는 그룹이 있다.(Serenity/bobo stenson trio/ecm)

노랗게 변해버린 시립 도서관 잔디밭에 한 무리 비둘기들 자줏빛 윤기 나는 털을 다듬으며 겨울 햇살을 받고 있다. 그들이 부리로 손질하여 내 놓은 묵은 털들이 목화 솜처럼 널려 있다. 빌 에반스가 딸에게 바친 피아노 소리가 저렇게 따뜻하다.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그의 마음은 저러했으리라. 비단 음악뿐이랴. 대상을 위해 속에서 내놓는 말은 기본적으로 저래야 되리라. 제 몸의 털을 밖으로 내놓듯이.
잔디밭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 잔을 두 손으로 감싸듯 솜털 하나 감싸고 싶은 12월이다.(waltz for debby/Bill Evans Trio)

재즈 읽기(나는 재즈를 '듣기'가 아니라 '읽기'라고 생각한다.)의 고전에 속하는 이 음반에서는 정통 재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콜트레인의 색소폰은 단순하면서도 진지하다. 나의 이십 대는 그의 텍스트에 위안 받았다. 그는 격한 감정의 토로 없이 어떤 과녁을 향해 있다. 재즈 읽기의 초기 입문 자들에게 콜트레인 색소폰의 텍스트는 사뭇 그 맛이 깊다. 뜨거운 국물을 먹은 후 아랫배가 뜨뜻해지는 느낌이라 해도 되겠다. 하루를 충실히 살아낸 한 육체가 느끼는 고단함도 숨어 있고, 적당히 힙을 흔드는 여인의 실루엣도 숨어 있다. 끊은 담배도 피고 싶고…,(Soul Train/John Coltrane)

내 개인적인 취향은 유러피언 재즈를 즐겨 듣는 편이다. 유러피언 재즈의 기반은 클래식에 있다. 대체로 재즈 뮤지션들은 클래식 공부를 충실한 후 재즈에 입문하는 경향이 많다. 또한 각 나라 고유의 전통음악과 적절한 형태로 결합하고 있다. 미국식 재즈에서 볼 수 없는 재즈의 회화성에 유러피언 재즈의 맛이 있다 할 것이다. 유로피언 재즈에 너무 치중하다보면 재즈의 육감적인 맛이 없어서 아쉬울 땐 돌연 미국식 재즈를 듣기도 하지만, 일단 유러피언 재즈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깊은 관조를 요구한다. 또한 숨어 있는 텍스트를 찾아 듣기도 그 한 매력이라 할 것이다. 이 텍스트는 개개인의 느낌에 따라 물론 다르다. 소리들이 맑고 정갈하며 온기에 있어서는 차갑고 선이 가늘다. 음색들은 날이 서 있고 청취자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한다. 색채감 있는 텍스트들에게 사로잡히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오랫동안 집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Leosia/Tomasz Stanko)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앨범은 재즈사에 있어 명반에 들어간다. 그 어법에 있어서도 화성적인 표현이 아니라 모드에 바탕한 연주다. 이는 재즈 연주사에 있어 아주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다. 이 음반을 처음 듣는 이들은 가늘고 단단한 소리의 직선을 감지할 수 있다. 마일스의 이런 주법을 뮤트 주법이라 하며, 이는 마일스 데이비스만의 어업이다. 어느 시대에 내어놓아도 진부하지 않는 깊은 맛이 있다. 얼핏 현대재즈의 흐름에 비교해 본다면 단조롭다는 인상도 받을 테지만, 그러나 단조로움이라 말하기엔 깊은 내재성이 있다. 그의 트럼펫은 청자를 편안하게 끌어 댕겨 놓고선 무언가 깊은 인식에 접근케 한다. 아주 조직적인 텍스트를 보여준다고 할까. 치밀한 계산에 근거한 산문과 닮았고 흑인들 특유의 정서에 지적 냉철함이 베어 있다. 어딘가 칼날이 번득이는 듯한 어법이 마일스 트럼펫의 미학이다.

(Kind of Blue/ Mills Davis)

- 김정용,「INSIDE OUT」


윗 글은 1회 분량의 원고 입니다.

참고로 개인 블로그에 원고 전량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garbar66

카테고리에 소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원고는

맨 위 <이 가난한 방에서의 책읽기, 혹은> 부터 <휘어진 길> 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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