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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329 조회수 1223 작성일 2009년09월11일 08:09
이름 정은숙 작성위치 118.33.114.49
제 목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기를...
첨 부

[세상사는 이야기] 살아 있다는 기쁨
삶이란 견딘다는 것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기를...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시인


기나긴 여름이,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을 것 같던 여름이 물러앉고
새로운 계절 가을이 다가왔다. 지난 몇 달, 장마가 물러났나 싶으면 뙤약볕이 강한 날들,
그 습기와 더위 속에 힘들게 일을 했던 나로서는
이 가을도 무엇보다 먼저 잘 견딜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살아가거나 보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기’라고 적은 데 주목해주었으면 좋겠다.
내 경우, 이 아득한 나날을 살아가는 행위는
말의 의미 그대로 ‘견딘다’는 표현을 애용하게 한다.

이 삶을 견디는 방법 중 하나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공연’을 보러가는 것이다.
라이브공연이 아니라 그 공연의 필름을 상영하는 극장에 간다는 이야기다.
내가 본 극장 공연은 ‘퀸 오브 몬트리올’.
지금은 오래전에 해체된 영국의 록 그룹 퀸이
1981년 11월 24, 25일 이틀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펼친 공연 실황이 담긴 영화다.

공연이 있은 지 수십 년 후 우연히 한 장의 필름이 발견되기까지
까맣게 잊혀졌다가 이렇게 갑자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필름은 발견 당시 오랜 시간이 흘러 화면의 흠집과 잡음이 심했는데
이를 일일이 컴퓨터로 보정해 오늘날 마치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박력 있는 사운드와 대형 화면에 걸맞은 화질로 재탄생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존해 있는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비용을 대었다고 하니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 즉 이 시네 라이브는 관객에게 살아 있는 기쁨,
대중예술의 힘을 체험하게 한 단연 뛰어난 작품이었다.
여느 영화와는 달리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자막으로 노래를 따라 환호하거나
크게 불러도 좋다는 문구가 떠오르는데 여기서부터 심상치 않은 예감을 던져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바로 시작되면 불과 몇 분 만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는
신기한 체험 속으로 빠져드는데,
뭐니 뭐니 해도 리드 싱어인 작고한 프레디 머큐리의 열창과 쇼맨십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잘 알려진 ‘위 윌 록 유’에서부터 오늘날 스포츠 경기장에서 애창되는 ‘위 아 더 챔피언’까지
모두 20여곡을 부르는데 절로 어깨춤과 호응이 터져나오게 한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작위적인 연출이 없다는 점에서 보면
여타의 뮤지컬이나 음악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또한 연출이 없었는데도 묘하게 공연 그 자체만으로도
전혀 아무것도 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일어나서 춤을 춘 것도 -아직 우리 관객 가운데 일어나 춤추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니고
그저 손뼉 치고 환호하고 아는 노래 몇 곡을 따라 했을 뿐인데도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사뭇 고양된, 그리고 속이 후련해서 극장을 나서게 된다.

물론 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공연을 보면 음악 앞에 인류는 하나이고,
퀸은 정말 라이브를 잘하는 그룹이고, 또 리더 싱어인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적 카리스마와 그 가창력은
현재도 따라올 사람이 별로 없다는 데 동의하게 된다.

그의 노래가 아직도 관객인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의 몸은 지상을 떠났어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 생생한 음색이 살아 있는 한
그는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몸이 살아 있는 생애 동안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아야 할지
우리는 또 고양된 기분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이다.

퀸의 저 옛 시절의 공연 실황을 보면서 이 계절이,
이 나날을 견딜 만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사소한 일상을 살아가도 그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수가 있다,
그 누군가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적어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불과 50여년의 삶을 지상에서 보낸 한 뮤지션의 열정으로 생각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힘차게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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